미국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 사실상 예외없이 여러 학교에 지원하는 만큼 여러 학교에 합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 지원하고 소실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어느 학교도 좋으니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합격을 여러 학교에서 오게되면 학교 선택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 박사과정 오퍼를 여러 학교에서 받았을 때 최종 선택을 하기위해 고려해야 할 내용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미국 박사과정 유학에 대해 자세히 소개드린 포스팅이 있으니 함께 참고하시면 유학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어쩔땐 설레는 유학의 결정을 앞두었다면 같은 길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반갑고 응원드립니다. 결정의 동기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한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모두 같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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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학교 선택 타임라인
미국의 학교는 합격자 발표 날짜가 정해져있지 않아 불합격(Reject)를 받지 않았다면 합격인데 아직 소식이 안온건지, 불합격이나 마찬가지인건지 알기가 어렵고 언제까지 기다린 후 결정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합격 통지를 Offer 라고도 부르고, 불합격은 Reject 라고 합니다.
저는 별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전세계의 미국 대학원 지원자 사이에서 합격통지 여부를 공유하면서 대략적인 결과 발표 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GradCafe 라는 웹페이지도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공유된 시기와 맞지 않게 결과가 온 학교들도 있어 무조건 맞다기 보다는 참고용 정도로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합격 통지가 먼저 온다
불합격 통지도 마찬가지로 날짜가 정해져서 전달되지는 않지만, 저의 경험상 불합격 통지가 먼저 전해집니다. 무조건 그런것은 아니고, 선발 프로세스 초기에 탈락한 원서에 대해 우선 불합격 통지가 전해지는 듯 합니다.
제가 받았던 불합격 통지 시점을 몇 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Stanford University – 2월 10일
- Harvard University – 2월 16일
- Cornell University – 2월 24일
가장 빨리 불합격한 위 세 대학교는 2월에 불합격 통지가 왔습니다. 불합격한 다른 학교 중 일부는 3월에 오기도 심지어 4월에 오기도 했지만, 2월에 일찌감치 보낸걸 보면 서류 검토에서 떨어졌겠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합격 통지는 더 시간이 지난 후 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불합격만 연속으로 받다 보면 심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원래 불합격이 먼저 오고 합격 소식이 나중에 오는 것이니 여러 불합격을 받았다고 해서 2월 부터 고민하지는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3월과 4월에도 불합격 통지가 많이 오는데, 이 경우는 학교에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검토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합격 발표 기간과 입학 결정 기한
미국 박사과정 합격 발표는 대부분 3월 중에 메일로 전해집니다. 날짜는 각기 다르지만 빠르면 3월 초 부터 늦으면 3월 말 까지, 예외적으로 더 늦으면 4월 초 까지는 소식이 더 올 수 있습니다. 같은 학교 심지어 같은 과의 결과도 다른 날짜에 전해질 수 있는데, 저의 경우도 같은 학과의 다른 합격자들 보다 소식이 좀 더 늦게 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부분 3월 중순에 결과를 받았지만, 저는 1주일 정도 뒤에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어딘가 고민되는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4월 초 까지는 왠만하면 결과가 전해져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날짜는 학교마다 달라도 입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은 왠만하면 모든 학교가 4월 15일로 같습니다. 이를 개념적으로 1차 Deadline으로 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보통 3월 중 합격 통지가 오고, 어느 학교로 갈지는 4월 15일 까지 학교로 통지하는 타임라인이니, 그 전 까지는 최대한 결과를 기다려 보고 나서 결정을 해도 괜찮습니다.
추가 합격 기간
4월 15일이 지나면 학교들은 학생들이 거절한 Offer 자리를 모아 추가 선발 절차에 들어갑니다. 첫 Offer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대기번호 순서대로 추가 합격 통지를 보내는 것 입니다. 이 뒤로는 날짜를 정해두고 진행하기 보다는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만약 4월 15일에 A 학교에 Offer 수락을 제출했는데 그 이후 더 원했던 B 학교에서 Offer가 와도 괜찮습니다. A 학교와 지도교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종종 있는 일이고 대체로 이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중에 온 offer로 바꿔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이유로 바꾼다면 가기로 한 교수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고, 같은 분야 교수는 언제든지 다시 만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 선호하던 학교에서 나중에 Offer가 와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학교 선택하기
타임라인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여러 Offer 중 하나를 선택할 때 고려한 점들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교 이름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겠지만, 미국에서는, 특히 공학분야에서는 이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이 더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려의 우선순위를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지도교수와 연구분야 적합성
- 연구환경과 커뮤니티
- 학교명성
- 생활환경
사실 1,2,3번은 아예 별개의 항목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좋은 학교일수록 더 훌륭한 교수와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항상 더 유명한 학교의 연구실이 더 좋은것은 아닙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럼, 각 항목에 대해 어떻게 고려하면 좋을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도교수 그리고 연구분야
박사과정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도교수 그리고 분야가 얼마나 잘 맞는지가 Offer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 입니다. 하지만, 종종 학교 이름에 집중한 나머지 이를 잊곤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유명한 학교에 훌륭한 교수들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위에서도 적어드린 바와 같이 유명한 학교일 수록 더 실적이 좋은 교수를 영입하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상 학교이름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확인해봐야 합니다. 제가 있는 분야만 해도 랭킹으로는 높지 않은 학교에 대가로 불리는 교수가 있는 경우가 몇몇 있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한번 적어본 적이 있는데, 박사과정 지원 시에는 SOP등 원서 작성 과정에서 분야 적성에 대한 내용을 매우 잘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같거나 비슷한 분야 연구실을 목표로 지원하셨을 것 입니다. 그래서 여러 Offer가 왔다면 아마 비슷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에서 왔을 것으로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라고 해도 완전히 같은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의외로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분야로 따지면 같지만 같은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등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지원 시에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고려하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Offer를 받고 나서는 따져봐야겠죠.
또, 교수가 얼마나 연구에 뛰어난 사람인지, 교수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가능하다면 어떤 성향의 지도교수인지도 고려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연구에 뛰어난 사람이 더 좋은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배경이 중요한 이유는 인맥으로도 부를 수 있는 커뮤니티와 연관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인맥이 닿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의 커뮤니티에 있는 다른 연구실과 공동연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고, 졸업 후 포지션도 커뮤니티 안에 있으면 더 기회가 잘 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물론 낙하산 처럼 그냥 기회를 던져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에 따라 인터뷰 기회 한번이라도 더 오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가 어느 연구 커뮤니티 출신이고 어느 그룹과 연이 잘 닿는지가 꽤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연구 환경과 커뮤니티
좋은 지도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좋은 환경이라는 말씀을 어느 교수님께서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좋은 환경이라는 말은 학교 이름 보다는 그 학교의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는 같은 학교에서도 분야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익숙한 로보틱스 분야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보통 로봇분야 연구실은 CS, EE, ME 등 여러 학과에 소속되어 ‘여러 분야 중 하나’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심지어 로봇 분야는 소수 그룹에 속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면 아쉬운 점들이 몇가지 있는데, 실험실 공간 확보, co-work을 쉽게 할 수 있는 랩의 부재, 학과의 결정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로보틱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로보틱스를 작성하고 지원하는 학교가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학교의 이름
현실적으로 학교 이름이 아예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짧게만 적어보겠습니다.
학교 이름이 좋으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역시 커뮤니티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적어드린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졸업생 커뮤니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안좋게 보는 시선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대놓고 중요합니다.
또, 학교 이름이 좋으면 아무래도 이력서에서 눈에 띄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학교 이름이 상당히 중요한 경우가 많고, 미국에서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첫 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생활 환경
위 항목들 보다는 우선순위가 밀리지만 살게 될 환경도 적지 않게 중요하게 고민해볼 점 입니다. 한국에서는 도시마다 그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은데, 미국은 도시마다의 사정이 정말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물가 차이 부터 범죄율 등 도시마다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는 완전 시골에 있기도 하고 뉴욕 멘하탄 한가운데 있기도 합니다. 제가 다니는 미시간은 대도시 사이에 있는 작은 캠퍼스 타운같은 동네이고, UCLA는 서부 부촌에 인접한 학교 입니다. 각 학교마다 살게 될 환경이 천차만별이고, 사람마다 잘 맞는 곳이 다르니 위 세 항복에서 구분하기 어렵다면 생활환경을 자세히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 박사과정 지원 후 여러 학교에서 Offer가 왔을 때 언제 결정을 내려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드려 보았습니다. 저의 생각이니 이것이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결정이 어려워 고민이 되실 때 한번 쯤 생각해 보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