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국내 학부 미국 박사 현실 – 합격 스펙 오해와 진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자 한다면 한번 쯤 국내 학부 학위로는 어렵다는 소문을 들어보고 또 찾아보았을 것 입니다. 국내 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말하는 사람 마다 말이 다르니 무엇이 어디까지 맞는 것인지, 그래서 준비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에서 국내 학부 학위를 가지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지내고 있는 유학생으로서 제가 보고 느끼는 미국 유학에 대한 내용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통계가 없는 만큼, 다른 포스팅과는 조금 결을 다르게 객관적인 정보전달 대신 저의 의견 전달의 글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다소 주관적인 내용을 적고자 하니 정확하지 않더라도 이런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미국 박사과정 유학에 대해 자세히 적어둔 포스팅이 있으니, 미국 대학원 유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께서는 함께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학부 미국 박사

미국 박사 합격 스펙

제가 글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 박사 유학에 대한 가능 여부를 졸업한 국내 학부 랭킹, 논문 숫자 등으로 단정짓는다면 이는 거짓말 입니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어느 학교 학부로는 안된다던지, SCI급 논문이 몇개 있어야 한다는 등 마치 어떤 명확한 기준이 있어 칼로 자르듯 지원자를 잘라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 선발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걸러 듣기를 권장드립니다. 솔직히 주워들은 내용 혹은 편협적인 사실을 마치 모든 경우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한 내용인 것 처럼 착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졸업한 국내 학부 순위와 학점 그리고 논문 숫자만을 가지고는 미리 합격 가능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는 이 외에도 고려하는 중요한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학부 순위에 따른 미국 박사 합격 가능성

한국에서는 졸업한 학교 순위에 따라 점수를 더 주는 경향이 있는 듯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려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은 학교 순위를 맹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는 학교 순위가 있고, 이는 아무리 여러 평가기관에서 재평가를 해도 사람들의 편견에서 바뀌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성과가 나와도, 아무리 학교가 운영을 엉망으로 해도 SKY와 카이스트가 최고의 학교이고 이곳을 졸업한 학생이 최고의 학생이라는 절대적인 인식은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유명 평가기관 중 하나인 US News에서는 성균관대학교를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심지어 카이스트 보다 더 좋은 학교로 평가한지 꽤 되었지만, 이를 보고 생각을 바꾸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편견이 강하다 보니 다른 나라 역시 학교를 한줄로 세워 순서별로 점수를 매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학교 랭킹을 맹신하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학교를 한줄로 세우는 관습이 없기도 하고, 어느 학교가 더 좋다는 비교가 어려운 학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평가기관에서 만든 랭킹과는 무관하게 연구성과가 뛰어난 학교들이 종종 있으며, 분야별로도 그 차이가 큽니다. 그렇기에 학교 랭킹은 학교 홍보에나 사용하지 학생 선발에 절대적인 지표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생각하는 학교 순위는 합격 기준으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면 유리한 점이 있긴 합니다. 잘 아는 학교라면 서류심사에서 한번 더 눈길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적어보겠습니다.

정리하면, 국내 학부 순위가 미국에서까지 절대적인 지표로 작용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SCI급 논문

SCI급 논문이 몇 개 있어야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과연 SCI 논문이 무엇인지는 알고 하는 말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SCI는 기본적으로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 중에서도 ‘저널’을 모아둔 것 입니다. 발표되는 논문의 연구적인 수준이 높은 저널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모은 것인데, 학부를 이제 졸업하는 졸업 예정자가 주도적으로 수준 높은 저널 논문을 작성하여 통과가 되어 publish까지 된 후에 박사과정에 지원했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좋은 논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SCI 논문으로 잘못 바꿔 말하다가 생긴 문제라고 봅니다. 좋은 논문은 저널이 아닌 학회 논문에도 많이 있습니다. 저널과 학회의 차이에 대해서도 다뤘던 포스팅이 있어 함께 공유드립니다.

SCI 저널이라고 해서 모두 Nature나 Science 처럼 교수들도 쓰기 어려운 최상위 저널인 것도 아니고, SCI로 구분되는 저널만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기에 ‘수준 높은 저널’로 대체해서 적어보겠습니다. 분야별로도 다른 이 ‘수준 높은 저널’들은 통상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까지 까다로운 평가를 거친 후 최종 발표 여부가 결정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 2년째 리뷰중인 논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평가는 고년차 박사과정들이 영혼까지 갈아넣어 겨우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성과를 검증하는 과정인데, 학부생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이 절차를 통과하는게 가능하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학부 졸업자 지원서에 이런 성과가 있다면 신뢰보다는 의심이 더 많은 상태에서 기여도를 확인하고자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손에 꼽기 조차 어려운 일 입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는 관련 글이 있어 함께 공유 드립니다.

게다가, 오랜 심사기간을 거쳐 발표까지 된 논문이 대학원 지원서에 있으려면 아직 전공수업도 다 듣지 않은 상태에서 꼼꼼한 실험까지 포함하는 연구성과를 냈어야 하니,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하는 지원자가 ‘수준 높은’ 저널 논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학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교수 혹은 연구실 실적을 평가할 때 SCI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가 보기엔 한국만 유독 SCI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SCI’라는 기준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으나, 제 주변에 있는 한국 학부를 졸업한 박사과정 중에는 지원 단계에서 그런 논문이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는 것으로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SCI 여부를 넘어 저널 논문이 기준이 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학회 논문 실적이라면 지원자가 작성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야에 따라 (예를 들면 컴퓨터 비전) 저널 보다 탑티어 학회를 더 좋은 성과로 간주하기도 하기 때문에 저널 논문이 있어야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은 여러 방면에서 일반화 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이 내용을 적는 이유는 SCI가 저널을 구분하는 용어이기 때문 입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제가 학회 논문만 가지고 지원하여 합격하였습니다. SCI는 커녕 저널 논문은 발표된 적이 없습니다. (2저자로 제출했던 저널 논문이 revision 심사중인 상태로 지원하였는데, 논문은 나중에 reject 받았습니다.)

논문이 없어도 합격할 수 있을까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SCI 저널은 아니라도 논문 실적은 있는 것이 합격에 크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마저도 학교마다 달라 다른 요소가 부족하면 논문 실적이 일반적인 지원자들 보다 우수해도 합격하지 못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뭔가 한가지가 돋보이면 더 비중있게 고려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면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분명 더 좋고, 또 논문을 포함한 연구 참여 이력이 없다면 상위 대학원 박사과정 합격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논문의 유무만 따지는 것은 전체 프로세스를 보았을 때 지나치게 단편적인 판단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적었던 바와 같이 CV / SOP / Personal Statement 전반에 걸쳐 이력이 지원자의 동기와 비전과 잘 맞아 떨어져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지, 어쩌다 기회가 되어 큰 연관이 없는 논문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하여 무조건 더 좋은 것이라고 보기도 여렵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미국에서도 어떻게든 숟가락만 얹어서 이름 올린 논문을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대학생 및 석사과정들이 많이 있고, 서류를 평가하는 교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혹여나 인터뷰라도 하면서 물어보면 다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서류에서 부터 보이는 경우라면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내부적으로 실시한 설문이 있습니다. 보안사항은 아니지만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는 않아서 대략적인 수치만 비슷하게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박사과정 시작 전 연구 경험

  • 없다: 0%
  • 여름 방학기간 1회: 약 10%
  • 여름 방학기간 2회 이상: 약 25%
  • 학기 중 병행: 약 25%
  • 1년 이상: 약 40%

석사학위 유무

  • 없다: 약 60%
  • 있다: 약 40%

학부를 졸업한 국가

  • 미국: 약 50%
  • 해외: 약 50%

연구 경험이라고 하면 주로 연구실 학부연구생이나 석사과정연구실에 참여했던 이력을 말합니다. 석사과정에서 연구한 이력이 있는 약 40%를 제외하면, 학부 졸업 후 바로 박사과정을 시작한 나머지 60% 정도는 연구 경험이 1년 이내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연구 참여 이력이 아예 없다면 박사과정 진학에 불리하고, (석사 학위자를 제외하면) 1년 이내의 연구참여 경험이 있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1년 이내의 연구경험으로, 특히 여름 방학에만 연구 경험이 있는 약 35%의 지원자가 모두 SCI급 저널은 커녕 괜찮다고 할 만한 학회 논문 실적이 하나라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 SCI급 저널 논문이 있어야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 저널 혹은 학회 논문 실적이 있다면 일반적으로는 더 유리한 것이 사실지만, 다른 서류와 조화가 잘 안되는 논문 실적이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 유학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 지원 동기, 비전에 잘 맞아 떨어지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이력이라고 볼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처럼 적었지만, 이력과 지원서류가 조화를 이루게 완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서류의 완성이 준비 단계부터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서류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에 졸업한 대학의 국내 학부 랭킹, 논문 숫자와 같은 단편적인 지표로 합격 가능 여부를 단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 대학 학위를 얼마나 알아줄까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 선발에 대한 오해에 대해 적어보았으니, 이번에는 제가 보고 들은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으면서도 미국 대학들의 선발 기준은 천차만별이고 공개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단정적인 일반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을 함께 말씀드립니다.

현실적으로 미국 대학에 있는 교수들도 (적어도 공학분야 에서는)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좋은 학교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 두 학교를 잘 아는 이유는 단순이 랭킹에서 높은 순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연구실적을 꾸준히 잘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랭킹에는 관심이 없어도 수준 높은 저널이나 학회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학교라면 자연스럽게 좋은 학교라고 인정하게 되는 것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두 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들의 이름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는 알아도 고려대는 모르는 이유입니다. 정말 모르는지 제가 혹시나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본 후 내린 결론입니다. (Seoul은 아는데 Korea를 모른다는..)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자란 한국 2세들은 부모님한테 들어서인지 종종 SKY를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랭킹과는 무관하게 미국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단편적인 예를 들면 서울대를 나온 지원자 보다 미국의 어느 주립대를 나온 학생을 미국 대학으로서 더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학교 랭킹 보다는 국적이나 문화권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다양성 밸런스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사실 위 설문에서 절반은 미국 학부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대학을 다니면 한국에서 보다 경력을 만들 기회가 더 많습니다. 학교에서 연구실 인턴을 독려한다던지, 유명 기업 인턴 자리가 더 많다는 등 현실적으로 미국 대학을 나온 지원자가 가지는 이점은 어쩔 수 없는 유학생이 극복해야 하는 불리함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역시 학교 랭킹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이유가 어찌되었던 이력이 더 좋은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서울대/카이스트 아니면 어려운가

결론부터 적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즉 이 역시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결론 입니다. 제가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졸업한 학교 이름이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많은 심사자 중에는 학교 이름을 중요시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대체적인 기류는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 만으로 더 훌륭한 학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즉, 훌륭한 지원자의 요소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그래서 서류를 더 관심있게 검토할 수는 있으나, 이 것이 있다고 해서, 혹은 없다고 해서 결정적으로 결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멀리서 봐서 서울대와 카이스트 못지 않게 명성이 높은 다른나라의 학교들을 졸업한 지원자 수를 생각하면 서울대와 카이스트 졸업생이라고 국내의 다른 학교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즉, 미국 박사 유학은 어느 학부 출신은 쉽고 다른 출신은 어려운게 아니라 비슷하게 어렵습니다.

참고로, 제 주변에서 한국 대학 출신 박사과정 학생들을 보면 서울대와 카이스트의 비율이 더 많은 와중에도 서울소재 다른학교 및 (소수긴 하지만) 지방소재 대학까지 꽤 다양합니다.

학점이 만점에 가까워야 하나

학교 이름 그리고 논문 못지않게 많이 거론되는 것이 학점인 것 같습니다. 점수로 나타나는 학점이 높다면 당연히 더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학생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 입니다. 실제로 일부 학교들은 학점을 중요하게 본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위권 대학이 학점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적었던 포스팅이 있어 함께 공유드립니다.

길게 적을 것 없이 공개하기 부끄러운 합격자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학점으로도 합격한 저의 사례를 통해 얼마 이상의 학점이 있어야만 상위권 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는 소문은 항상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학부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과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연구를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점이 좋은 학생이 무조건 연구에 더 적합하다는 가정이 사실이 아님을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미국에서는 대학들이 선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면서 학교마다, 심지어 같은 학교 내 학과마다 매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졸업한 국내 학부, 논문 수, 학점 등 일부 항목 만으로 미국 박사 유학이 가능한지 아닌지 단정적으로 말하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 입니다.

제가 이 글을 적으며 모두가 합격할 수 있다는 과도하게 희망적인 의견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은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지원자는 많기 때문에, 지원서류에서 눈에 띄는 것이 없다면 아쉽게도 상위권 학교 합격이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렇기에 처음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면 시간을 들여 원하는 원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국내 학부라서 SCI급 논문이 있어야 한다와 같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나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이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논문 실적을 동기의 실천으로서 내세울 수 있다면 좋은 한줄이 될 수 있겠지만, 논문 실적이 있으니 나는 우수하다고 주장하려고 한다면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평가 요인인 지원 서류의 전체적인 조화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서도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시할 수 없는 합격에 중요한 요인은 운 입니다. 미국 박사과정의 선발은 절반의 학생이자 절반의 직원 채용으로 봐도 무리가 아닌데, 이는 지원하는 교수가 연구비로 학비를 지원해줘야 하는 만큼 해당 연구실에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나도 교수가 확보한 연구비가 부족하다면 선발할 수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는 지원자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자리가 있는 연구실로 지원할 수 있도록 조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고, 나머지는 운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논문 실적 유무는 합격으로 연결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지 있으니 된다, 없으니 안된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무리

이번 포스팅에서는 국내 대학에서 국내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는 과정 및 합격 스펙에 대한 오해와 저의 주관적인 생각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길게 적게되었지만, 결론은 미국 박사과정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입니다. 졸업한 학교가 한국의 최상위 학교가 아니라서, SCI 논문이 없으면 어렵다는 단정적인 주장에 흔들려 포기하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박사과정을 잘 해낼 수 있는지와 이를 어필할 자신이 있는지를 고려하면서 진로를 결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